분당 해마루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동네 병원에서 약을 조제받는 생활을 2년 가까이 이어가던 중, 2018년 5월 사랑이에게 다시 실신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과 달랐어요.
실신의 양상이 달라졌다
그동안의 실신은 대부분 소변이나 대변을 본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몸이 뻣뻣하게 굳으면서 옆으로 쓰러지고, 등과 다리가 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2018년 5월의 실신은 달랐습니다. 특별한 계기 없이, 그냥 힘없이 털썩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몸이 굳지도 않았고요.
실신은 원인이 여러 가지라 양상이 바뀌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심장병이 진행된 건지, 다른 문제가 생긴 건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번에는 심장만 전문으로 보는 병원을 찾기로 했어요. 병원 정보는 아픈 반려동물 보호자 커뮤니티인 네이버 '아반강고 힐링카페'에서 많이 얻었습니다.
솔직히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실신 장면을 한 번도 영상으로 찍지 못했다는 거예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기도 하고, 눈앞에서 아이가 쓰러지면 카메라를 들 생각 자체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진료 때마다 말로만 설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가능하다면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영상을 남겨두시길 권합니다.
수의사가 실신과 발작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초진 예약부터 쉽지 않았다
심장 전문 병원은 초진 예약이 가장 큰 관문이었어요. 직접 전화해보니 대기가 한 달 이상이었습니다. 실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 달을 기다릴 수는 없어서, 취소 자리가 나면 바로 연락해달라고 요청해두고 계속 확인한 끝에 최대한 앞당겨 초진을 잡았어요.
그리고 기존 동네 병원 원장님께 부탁드려서 그동안의 진료 자료를 심장 병원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소견서가 반드시 필요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전 검사 자료가 있으면 진료가 훨씬 수월하니 미리 챙기시는 걸 추천해요.
무엇이 달랐나: 전문의와 장비
막상 검사를 해보니 심장병의 진행 정도는 해마루에서 확인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차이는 진단의 정밀도와 진료 방식에 있었습니다.
이 병원은 동물 심장학 박사인 원장님이 직접 진료하셨고, 심장 초음파 장비도 국내 최고 사양으로 갖추고 있었어요. 같은 병이라도 판막의 상태나 역류 정도를 얼마나 정확히 측정하느냐에 따라 약 용량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였습니다.
실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홀터 심전도도 처음 했어요. 홀터는 몸에 작은 기기를 붙여 일정 시간 동안 심전도를 계속 기록하는 검사인데, 사랑이는 약 3시간 동안 착용했습니다. 진료실에서 잠깐 찍는 심전도로는 놓칠 수 있는 부정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실신이 있는 아이라면 한 번쯤 받아볼 만한 검사예요.
진료 시간도 훨씬 길고 설명도 자세했어요. 2차 병원에서 아쉬웠던 소통 문제가 여기서는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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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서 검사받는중인 사랑이 |
약 용량을 다시 맞추다
전문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랑이에게 맞는 약 용량을 처음부터 다시 찾는 것이었어요.
이걸 용량 적정이라고 하는데, 정해진 간격으로 약을 먹이고 검사하면서 용량을 조금씩 조정해가는 과정입니다.
| 단계 | 처방 기간 | 재검사 때 확인한 것 |
|---|---|---|
| 1차 | 1주 | 심장 상태가 악화되지 않았는지 혈액검사 수치(신장 수치, 전해질 등) → 결과에 따라 용량 조정 |
| 2차 | 2주 | |
| 3차 | 4주 | |
| 유지 | 2~4개월 | 용량이 안정되면 장기 처방, 정기 재검사 |
간격을 점점 늘려가는 이유는, 약을 바꾼 직후에 몸의 반응이 가장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뇨제는 효과가 좋은 만큼 신장 수치와 전해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처음엔 짧은 간격으로 확인하고 안정되면 간격을 늘립니다.
정확히 어떤 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시간이 지나 기억나지 않지만, 이 과정을 거쳐 용량이 안정되자 2~4개월치씩 처방받을 수 있게 됐어요.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습니다.
병원을 옮기고 맞은 2018년 8월 여름휴가 때, 사랑이 컨디션은 최고였어요. 마치 아프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병원을 옮기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이후로 실신은 점점 사라져, 2021년 무렵에는 2년 가까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만 심장이 안정되는 동안, 다른 곳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심장 병원에 다니던 시기에 정기 혈액검사에서 신장 수치가 점점 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이뇨제는 몸의 수분을 빼서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그만큼 신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엔 심장약만 먹던 사랑이는 이때부터 크레메진을 함께 먹게 됐고, 심장과 신장의 균형을 함께 맞춰야 하는 새로운 단계가 시작됐어요. 이 이야기는 5편에서 자세히 다룰게요.
현실적인 이야기: 비용과 한계
좋은 점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진료비였습니다.
초진 비용만 기본 80~100만 원 정도가 나왔고, 초음파나 혈액검사 같은 검사 수가도 2차 병원보다 높았어요. 당시엔 펫보험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아서 보험 없이 모든 비용을 감당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이 병원에 다닌 기간 전체로 보면 2~3천만 원은 들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 심장 전문 병원이라 심장 외의 진료는 볼 수 없었어요. 노견이다 보니 "피부가 왜 울긋불긋해지지?" 같은 다른 궁금증도 생기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질문은 어려웠습니다. 그럴 땐 따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어요.
그럼에도 저는 옮긴 뒤로 2차 병원과 동네 병원을 모두 정리하고, 진료와 약 처방을 전부 심장 병원에서만 받았어요. 비용은 더 들었지만 동네 병원에 심장 병원에서 쓰는 약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용량이 자주 바뀌는 시기에는 병원을 나눠 다니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었거든요.
심장 전문 병원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 초진 대기는 길다고 생각하세요. 미리 전화해서 취소 대기를 걸어두면 앞당길 수 있어요.
- 이전 병원 자료를 꼭 챙기세요. 검사 결과와 복용 중인 약 목록이 있으면 진료가 훨씬 정확해져요.
- 비용을 현실적으로 계산해보세요. 초진뿐 아니라 용량을 맞추는 동안의 잦은 재검사 비용까지 고려해야 해요. 펫보험을 고민 중이라면, 이미 진단받은 질환은 보장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으니 아이가 건강할 때 미리 알아보시는 게 좋아요.
- 심장 외 진료는 따로 다닐 곳을 정해두세요.
이 글은 사랑이를 돌보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병원과 진료비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참고용으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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