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투병기 ②] 2차 병원에서 다시 받은 진단: 삼첨판 폐쇄부전, 그리고 “2년”이라는 말

동네 병원에서 이뇨제가 들어간 약을 처음 처방받은 뒤, 저희는 사랑이가 금방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침은 멈추지 않았고, 소변이나 대변을 본 직후 쓰러지는 일도 계속됐어요. 

약을 먹는데도 증상이 그대로라는 건, 지금 처방이 사랑이 상태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동네 병원은 오랫동안 사랑이를 봐온 곳이라 진료 이력이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어요. 

다만 노견 심장병을 정밀하게 진단할 장비와 경험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동네 병원 선생님께 소견서를 받아, 2015년 11월 분당의 해마루 동물병원으로 옮기게 됐어요.

항상 엄근진한 표정의 사랑이
항상 엄근진한 표정의 사랑이


2차 병원은 어떻게 가나요

2차 동물병원은 사람으로 치면 대학병원 같은 곳입니다. 해마루처럼 규모가 큰 2차 병원은 1차 병원 수의사의 소견서가 있어야 초진 예약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처음 가실 때는 소견서와 함께 기존에 찍은 엑스레이, 혈액검사 결과, 먹고 있는 약 목록을 챙겨가시면 중복 검사를 줄이고 진료 시간도 아낄 수 있습니다.


정밀검사로 다시 확인한 사랑이의 상태

해마루에서는 심장 초음파, 혈액검사, 흉부 엑스레이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는 청진과 엑스레이만 했던 터라, 이때 처음으로 사랑이 심장 안을 제대로 들여다본 셈이에요.

각 검사가 보는 것은 조금씩 다릅니다.

  • 심장 초음파: 판막이 얼마나 변형됐는지, 피가 얼마나 거꾸로 새는지(역류), 심장 방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직접 확인합니다. 판막 질환의 단계를 판단하는 핵심 검사예요.
  • 흉부 엑스레이: 심장 전체 크기와 함께 폐에 물이 찼는지(폐수종)를 봅니다.
  • 혈액검사: 이뇨제 같은 약을 쓸 때 영향을 받는 신장 수치와 전해질 상태를 확인합니다. 사랑이처럼 이뇨제를 오래 먹게 될 경우 정기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검사예요.

이 검사에서 사랑이는 이첨판뿐 아니라 삼첨판 폐쇄부전도 함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첨판은 심장 왼쪽, 삼첨판은 오른쪽 판막이에요. 양쪽 판막에 모두 문제가 생기면 관리해야 할 부분이 더 늘어납니다. 

또한 건삭이라는 판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근육 부분이 손상된 걸로 확인되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절망적인 사실까지 알게되었습니다.

건삭이 파열되면 심장병의 진행 단계와는 별개로 위급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약 처방도 달라졌습니다. 

해마루에서는 동네 병원보다 강심제와 이뇨제를 모두 높은 용량으로 처방해주셨어요. 

담당 선생님은 최근 연구에서 심장병 초기부터 약을 충분히, 체중당 권장 범위의 높은 쪽으로 투여했을 때 기대 수명이 더 길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용량에 대한 판단은 선생님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저희는 그 설명을 믿고 따르기로 했어요.

나중에 직접 찾아보니, 이 무렵 수의 심장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구는 EPIC 연구(2016년 발표)였습니다. 판막 질환으로 심장이 커졌지만 아직 심부전 증상은 없는 단계(ACVIM B2)의 강아지 360마리를 대상으로, 강심제인 피모벤단을 투여한 그룹이 위약 그룹보다 심부전이 오기까지의 기간이 약 15개월 더 길었다는 결과예요. 이 연구 이후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B2 단계부터 피모벤단 투여를 권고하게 됐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많이"보다 "일찍, 정확한 단계에서"라는 점이에요. 

EPIC 연구는 정해진 용량 범위 안에서 투여한 결과이고, 이뇨제는 폐수종 같은 심부전 증상을 조절하는 약이라 증상과 신장 수치에 따라 용량을 맞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로 사랑이도 뒤에서 이야기할 것처럼, 높은 용량의 이뇨제를 오래 먹으면서 신장에 부담이 오게 됩니다. 

용량은 반드시 정밀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치의와 상의해서 정해야 하는 이유예요.



"이런 친구를 2년 정도 치료해봤어요"

검사 결과를 보며 선생님은 담담하게 설명하셨어요.

"보호자님도 아시겠지만, 사랑이가 나이도 많고 심장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초음파 보시면 판막이 너덜너덜하죠? 폐 사진도 보시면 여기 하얀 부분이…"

저는 진부하게도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랑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선생님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저희 병원에서 이런 친구를 2년 정도 치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하셨어요. 

대단한 기록처럼 말씀하신 그 2년이라는 숫자에, 저는 그 자리에서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을 조금 다르게 이해해요. 

의료진이 말하는 예후는 비슷한 상태의 아이들을 바탕으로 한 평균적인 경험치이지, 내 아이에게 정해진 시간표가 아니라는 걸요. 

사랑이는 그 뒤로 6년 넘게 제 곁에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가 그럴 수는 없고, 그 시간을 만든 건 운도 있었겠지만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2차 병원을 다니며 느낀 장단점

해마루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었어요. 다만 2년 가까이 다니면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첫째는 소통이었어요. 

아픈 아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궁금한 걸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진료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보호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한다는 느낌은 부족했어요. 2차 병원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진료비였어요. 

진료 수가가 동네 병원보다 높고, 같은 약도 조제비가 더 비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많은 보호자분들이 쓰는 방식을 따랐어요. 

정기검진과 약 용량 조절은 해마루에서, 조절된 약의 조제는 동네 병원에서 받는 식이에요. 

해마루와 동네 병원 간 연계가 잘 되는 편이라 보호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구분 동네 병원 (1차) 2차 병원
장점 진료 이력이 쌓여 있음
수의사와 소통이 편함
과잉 진료·청구가 적음
정밀 장비로 정확한 진단
분과별 전문 진료
24시간 응급실 운영
단점 장비 한계로 정밀 진단이 어려움
야간 응급 대응이 제한적
소견서 필요, 접근성 낮음
진료 시간이 짧고 대기가 김
주치의 선택이 어려움
진료비 부담
사랑이의 활용 처방된 약 조제, 가벼운 진료 정기검진, 약 용량 조절


지금 2차 병원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10살이 넘은 노견이 동네 병원에서 심장병 소견을 받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초음파가 가능한 2차 병원이나 심장 전문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판막 질환은 단계에 따라 약을 시작하는 시점과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 진단을 정확히 받는 것이 이후 모든 관리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진료 시간이 짧은 2차 병원일수록 물어볼 것을 미리 적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저도 처음엔 설명을 듣느라 정작 궁금했던 걸 못 묻고 나온 날이 많았습니다. 

이 경험이 나중에 간호일기를 쓰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해요.


해마루를 2년 가까이 다니던 사랑이는, 2018년 5월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의 실신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병원을 옮기게 됩니다.


이 글은 사랑이를 돌보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병원 선택과 치료는 아이 상태에 따라 다르니 담당 수의사와 상의해주세요.


참고 자료

  • Boswood A et al. Effect of Pimobendan in Dogs with Preclinical Myxomatous Mitral Valve Disease and Cardiomegaly: The EPIC Study—A Randomized Clinical Trial. J Vet Intern Med. 2016;30(6):1765-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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