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투병기 ⑤] 심장과 신장은 시소: 이뇨제와 신장 수치 사이에서 균형 잡기

심장 전문 병원으로 옮기고 약 용량을 맞추면서 사랑이의 심장은 눈에 띄게 안정됐습니다. 

실신이 사라지고 컨디션도 좋아졌어요. 

그런데 2019년 무렵, 정기 혈액검사에서 새로운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신장 수치가 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심장병을 오래 앓는 아이를 돌보다 보면 언젠가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문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때 원장님께 들은 설명과, 저희가 실제로 바꾼 것들을 정리해볼게요.

가을 캠핑갔을 때 사랑이
가을 캠핑갔을 때 사랑이


"심장과 신장은 시소와 같아요"

신장 수치 이야기를 들은 날, 원장님은 이렇게 설명하셨어요.

"심장과 신장은 시소와 같아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요. 그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나중에 공부하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요. 심장병 치료의 핵심 약 중 하나인 이뇨제는 몸의 수분을 소변으로 빼내서, 폐에 물이 차는 것(폐수종)을 막고 심장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그런데 몸의 수분이 줄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도 줄어들고, 신장은 그만큼 노폐물을 거르기 힘들어져요. 심장을 위해 수분을 빼면 신장이 힘들어지고, 신장을 위해 수분을 채우면 심장이 힘들어지는 구조인 거죠. 이렇게 심장과 신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태를 수의학에서는 심신 증후군(cardiorenal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뇨제, 줄였다가 다시 맞추기

신장 수치가 처음 올랐을 때, 원장님은 이뇨제 용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셨어요. 

신장으로 가는 부담을 우선 덜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뇨제를 마냥 줄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요. 사랑이는 폐에 물이 찰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뇨제가 너무 적으면 심장 쪽이 무너질 수 있었거든요. 

심부전으로 폐수종이 오는 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 신장 수치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진료 때마다 심장 상태와 신장 수치를 함께 보면서 이뇨제 용량을 조금씩 조정해 나갔어요. 

정확한 용량이나 수치는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거의 매번 조금씩 변동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편에서 이야기한 용량 적정 과정이, 이제는 심장과 신장 두 가지를 동시에 보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에요.

신장 관리를 시작하면서 혈액검사에서 주로 함께 보게 되는 항목은 이런 것들입니다.

  • BUN(혈중요소질소), 크레아티닌: 신장이 노폐물을 얼마나 잘 거르는지 보는 기본 수치
  • SDMA: 크레아티닌보다 신장 기능 저하를 일찍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수치
  • 인(P):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오르기 쉬워 식단 관리의 기준이 됨
  • 전해질(칼륨, 나트륨 등): 이뇨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수치

2019년, 사랑이에게 추가된 것들

신장 수치가 오르면서 비슷한 시기에 여러 가지가 함께 바뀌었어요.

① 크레메진 처방

심장약과 함께 크레메진을 처방받기 시작했습니다. 크레메진은 영양 보조제가 아니라 처방약으로, 장 속에서 요독 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돕는 경구 흡착제예요.

여기서 꼭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어요. 크레메진은 흡착 성분이라 다른 약까지 붙잡아버릴 수 있어서, 심장약과는 최소 1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먹여야 합니다. 저는 심장약은 공복에, 크레메진은 밥을 먹인 뒤에 주는 방식으로 시간을 나눴어요. 하루 일과에 맞춰 순서를 고정해두니 헷갈리지 않고 꾸준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모래처럼 서걱거리는 질감 때문에 먹이는 것도 꽤 까다로웠는데, 이건 따로 글로 정리할게요.

② 신장 보조제 추가


이 무렵부터 신장 보조제인 레날독스와 레날 어드밴스드도 함께 급여했어요. 각 제품의 특징과 급여 방법은 보조제 카테고리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③ 신장 처방식(레날 사료)으로 전환


병원에서는 신장 수치가 크게 오르기 전부터 레날 사료를 미리 권해주셨어요. 신장 처방식은 일반 사료보다 인과 단백질 함량을 조절해서 신장의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사료입니다.

문제는 레날 사료가 맛없기로 유명하다는 거였어요. 안 그래도 입이 짧은 사랑이가 먹어줄지 걱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병원에서 브랜드별로 사료를 소분해 테스터로 나눠주셨어요. 여러 브랜드를 먹여본 뒤, 처음에는 기호성이 좋기로 알려진 로얄캐닌으로 시작했고, 이후 힐스로 바꿔 정착했습니다. 처방식을 고민 중이시라면, 다니는 병원에 샘플이나 소분 테스터가 있는지 먼저 물어보세요. 큰 포대를 샀다가 안 먹으면 비용도 아깝고, 무엇보다 아이가 굶게 되니까요.


물 안 마시는 노견, 수분은 어떻게 챙겼나

신장 관리에서 수분 섭취는 정말 중요해요. 병원에서도 하루에 일정량 이상의 물을 마시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뇨제를 크게 줄이자, 사랑이가 스스로 물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됐어요. 이뇨제를 많이 먹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 번, 한 번에 30초 넘게 물을 마시던 아이가, 가만두면 하루에 한 번도 물그릇에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원장님께 여쭤보니, 이뇨제가 줄어 갈증이 덜해진 데다 동물은 원래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이라 억지로라도 먹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주사기로 하루에도 몇 번씩 입에 물을 흘려 넣어줬는데, 억지로 먹이다 보니 사레가 잘 들렸고 보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매번 시간 맞춰 따라다니며 먹이는 건 현실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어요.

결국 찾은 방법은 밥에 물을 섞는 것이었어요. 레날 사료를 믹서에 갈아 가루로 만들고, 한 끼에 따뜻한 물 200ml 정도를 섞어 죽처럼 만들어 먹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이가 약한 노견도 편하게 먹고, 물은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들어가요. 이 레시피는 환자식 카테고리에서 자세히 소개할게요.


돌아보며

신장 수치가 오르기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 하나를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심장을 지키면 신장이 힘들어지고, 신장을 챙기면 심장이 위험해지는 상황에서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정기적인 검사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뿐이었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두 가지예요. 

이뇨제를 먹는 아이라면 신장 수치가 정상일 때부터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함께 받으세요. 그리고 신장 수치가 오르더라도 보호자 판단으로 이뇨제를 줄이거나 끊지 마세요. 그 균형은 반드시 심장 상태를 함께 보는 주치의가 잡아야 합니다.


이 글은 사랑이를 돌보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약과 식단은 아이 상태에 따라 다르니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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